[논평] Wycliff Luke 기자, 메르스 대처

기사입력 2015.06.07 07:13 조회수 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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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근원은 정권 기능장애….개과천선 기대 난망

Wycliff Luke 기자

 

출처: 야후

 

심각한 기능장애다. 박근혜 정권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나몰라라다. 그러나 정권에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신속하게 반응한다.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안 해도 되거나 심지어 해서는 안 될 일은 기어코 해낸다. 세월호 참사가 그랬다. 지금 확산 일로에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가 그렇다. 기능장애의 정도가 말기 암 수준이다.

지난 6월 4일(목) 오후 10시 30분 박원순 서울시장이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박 시장의 발표는 놀라웠다. 주요 골자는 35번 환자가 발생했고, 이 환자가 1,565명이 참석한 개포동 재건축 조합 행사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메시지는 분명했다. 즉, 대규모 인원이 메르스 감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였다.

이러자 보건복지부는 다음 날인 5일(금) 오전 반박에 나섰다. 문형표 장관이 기자회견에 나서 “보건복지부는 5월 31일 의심환자 발생에 따른 역학조사를 신속히 시행하고 이 정보를 공유하였으며, 서울시와 접촉자 관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도 기울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조치가 마치 잘못된 것처럼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입장을 발표하여 국민들의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불러일으킨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말하자면 정부가 일을 잘 하고 있는데, 서울시가 성급하게 나섰다고 강변한 셈이다.

곧이어 박근혜가 입을 열었다. “만약에 지자체나 관련 기관이 독자적으로 이것을 해결하려고 할 경우에 혼란을 초래할 뿐 아니라 효과적으로 대응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 중앙부처와 지자체 간에 긴밀한 소통, 그리고 협업이 있어야 하겠다”고 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일에 대해서는 늘 그래왔듯 ‘이것’이라는 대명사를 사용하면서 박 시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한편 정권 수호의 선봉을 자처했던 어버이연합이 행동에 나섰다.

이런 광경은 이젠 익숙하다 못해 식상하다. 시급을 요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늑장과 안이함으로 대처하다가도, 정권을 향해 책임론이 제기되거나 정권의 실책을 드러내는 그 어떤 움직임에 대해선 신속하게 대응한 것이다.

극우단체가 총대를 메고 나선 것도 이전의 패턴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박 시장의 성명을 조목조목 지적하던 문형표 장관의 행태는 세월호 참사 직후 실적 운운하며 민간잠수사들의 구조활동을 방해했던 해경을 떠올리게 했다.

어리석은 정부 대응

참으로 어리석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만 존재의미가 생긴다. 그러나 지금 이 정권은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안 하고’ 있다.

그런 정권이 비판의견엔 과도하게 반응한다.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메르스 확산을 막고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 정권은 너무나 안이했다.

정권이 국민안전을 책임지겠다며 출범시킨 국민안전처의 담당자가 “신종플루 같은 경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300만 명 정도 감염됐을 때 중대본을 가동했다.

지금은 중대본을 가동할 단계가 아니다”고 해 국민을 멘붕시키는가 하면, 정부 수반인 박근혜가 정부를 향해 대책마련을 지시하는 황당한 상황까지 연출됐다.

최근 여론 조사결과 박근혜 지지율이 34%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권은 위기 상황 마다 이념논쟁을 부추겨 위기 상황을 벗어났다.

문제는 그 위기의 본질이 정윤회 문건파동-성완종 리스트 등의 국기문란, 혹은 재해와 질병 같은 국가위기 상황에서 비롯됐음에도 이념 갈등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번 박원순 시장 성명을 둘러싼 정부와 청와대의 거부반응도 다분히 정치적-이념적이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는 강력한 리더십과 정확하고 빠르고 정확한 정보가 관건이다. 재난은 불가항력이지만, 기민한 대처는 피해를 충격을 흡수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 정권은 구할 수 있었던 세월호 희생자들을 구하지 않았고, 초기에 잡을 수 있었던 메르스를 잡지 못했다.

정보 전달 기능은 언론이 맡아야 하지만, 이 나라 언론은 이미 정권 홍보처나 다름없어서 이마저도 난망하다. 언론은 세월호 참사 당시엔 ‘전원구조’ 오보를 내더니 메르스 사태에선 박원순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지금은 한가하게 이념논쟁할 시기가 아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메르스 확산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실추될 대로 실추된 대정부 불신부터 추슬러야 한다. 그러나 사태가 이렇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에게서 책임 있는 행동을 기대할 수 없어서다. 그는 이 와중에 미국 방문을 강행할 테고, 혹 자신에게 제기될 비난에 대해 공권력을 동원해 해코지를 할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말이다.

어쩌면 아직 위기 상황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아니, 진정한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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