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으로 새로 쓰는 인생사

기사입력 2015.03.02 17:17 조회수 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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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공부하는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제 30회 입학식이 열린다. 중학교 신계숙 외 289명, 고등학교 김영서 외 347명 중‧고 총 638명이 입학식을 시작으로 만학의 길을 걷게 된다.

 

뻔데기, 고동, 닭꼬치, 옥수수, 어묵 파는 틈틈이 중입검정고시공부

이 날 중학교에 입학하는 김애순(56세)씨의 낡은 트럭에는 온갖 간식거리가 실려 있다.

 

 

평화광장, 유달산, 목포역 등을 돌며 장사하는 김 씨는 어린 시절 가난한 집 7남매의 장녀로 태어나 초등학교 5학년에 중퇴했다. 동생들 돌보고 집안 일 하라며 아버지가 학교에 못 가게 한 것으로 인해 사는 동안 오래도록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뻔데기, 고동, 닭꼬치, 옥수수, 어묵 등을 팔며 돌아다니다가 어른들이 공부하는 목포제일정보중학교를 알게 되었다.

 

초등학력이 없어 중학교에 입학할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을 김씨 아들이 듣고 중입검정고시를 보라며 기출문제를 인터넷에서 출력해 줬다. 아들이 뽑아준 기출문제를 장사하는 틈틈이 공부하고 중입검정고시 시험장에 들어가서야 아버지에 대한 해묵은 원망이 감사로 바뀌었다.

 

초등학교 1,2학년에 그만 둔 사람이나 아예 초등학교에 가보지 못한 이들이 검정고시를 치르기 위해 시험장에 모였는데 문제가 어려워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을 보고, 아버지가 5학년까지라도 공부하게 해줬다는 사실이 눈물 나게 고마웠다. 중입검정고시에 합격한 김 씨는 일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일하는 목포제일정보중학교에 당당한 학생이 된다.

 

중학생이 된다고 하니 “팔 순의 친정 엄마가 입학금을 대주신다.”고 했다며 활짝 웃었다.

 

중학교 입학위해 정년 퇴직 후 경기도에서 목포로 이사 온 부부

김경동(62세, 가명), 안숙희(62세, 가명)씨 부부는 지난 해 말 정년퇴직을 하고 만24년 정들었던 경기도를 떠나 목포로 이사했다.

 

강진이 고향인 이들 부부는 초등학력을 감춰야했던 아픔을 안고 살아왔는데, 동생이 목포제일정보중학교에 다니면서 “인생이 너무나 즐겁다.”며 공부할 것을 권할 때까지만 해도 “이 나이에 공부해서 뭐해?”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평생 억누르고 살았던 배우고자하는 욕망이 그들을 움직이게 했고 결국 경기도에서 목포로 이사하게 했다. 남편 김 씨는 대장암으로 두 번 수술을 한 끝이라 이제는 큰 욕심 없이 즐겁게 생활하려 한다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나이 육십 ‘문성호’ 꽃게잡이 배 선장님도 고등학교 신입생 진도 지산이 고향인 김영서(60세, 남) 선장은 8남매의 장남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가 재혼하자 실질적인 가장이 되어 일곱 동생을 모두 키워 결혼 시켰다.

 

진도에서 먹고살기 어려웠던 김 씨는 동생들과 함께 강원도로 이사를 가서 16년 동안 남의 농사를 지으며 틈틈이 바닷일을 하곤 했다. 농한기에 배를 타고 바다에 다니면서 돈을 벌었는데 배타는 것이 징그러워 대한석탄공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대한석탄공사에 만4년을 근무하던 중 발파사고로 부상을 입고 퇴직한 후 진도에 돌아왔다. 작은 횟집을 운영하려고 구상하며 잠깐 쉬다가 동생 권유로 다시 배를 타게 되었다. 1993년 6급 항해사, 7급 조정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주로 꽃게를 잡으며 살아왔다.

 

현재 진도꽃게통발영어조합법인 회장과 자율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서 씨는 올 2월 목포제일정보중학교를 졸업하고 목포제일정보고등학교에 입학을 기다리며,“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쁩니다.

 

부모 없는 집안에서 동생들 먹이고 가르치고 결혼시키느라 정신없이 살아온 인생인데, 이제라도 배울 수 있음에 말 할 수 없이 기쁩니다. 지금 진도꽃게통발조합에서 회장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렇게 배우니까 더 떳떳하게 남 앞에 설 수 있다.”

 

이번 입학식의 중학교 최고령자는 김송자(80세 여) 조남희(77세 남)이고, 최연소자는 조은혜(23세, 여) 이성운(35세 남)이며, 고등학교 최고령자는 김갑례(75세 여), 최원길(71세 남)이며 최연소자는 안수민(20세 여) 이창우(20세 남)이다.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배 ‘문성호’를 맡아 운행할 선장을 구해 놓고 2년 동안 고등학생이 되어 만학의 길을 걷게 될 김영서 선장과 모든 만학도의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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