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고건 텃밭 싸움 첫 격돌
-
23일 전북에서 정동영과 고건이 처음 격돌했다. '대선 예비전'이라 할 수 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지방선거 협조 요청을 고건 전 총리가 거절한 지 열흘 만이다
.
.
고 전 총리에겐 지지 팬클럽인 '우민회'와 일부 민주당원이 동행했다. 정 의장에겐 현역 의원 10여 명과 당원들이 뒤따랐다
.
호남 정계 개편 신호탄
격돌의 한가운데에 강현욱(열린우리당) 전북지사가 있다. 강 지사는 기자에게 "탈당을 포함해 나의 정치적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며 "이르면 내일 중으로 모든 결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탈당 선언을 예고한 것이다
.
강 지사는 이날 오후 전주에서 고 전 총리를 만난 뒤 바로 군산으로 이동해 정 의장을 면담했다. 고 전 총리를 만난 뒤 "5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총리와는 공직 생활을 오래도록 같이 해 생각이 비슷하고 흉금을 터놓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로 정치적 자문을 구했다"고 한 강 지사는 정 의장을 만난 뒤엔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
강 지사의 탈당은 호남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다. 5.31 지방선거 재선을 노리는 강 지사에겐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김완주 전 전주시장이 도전장을 냈다. 김완주씨는 정 의장의 전주고 6년 선배다
.
강 지사는 이른바 '불법 당원 모집 의혹'의 배후로 김완주씨 쪽을 지목하며 이런 불공정 문제가 시정되지 않으면 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정 의장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말은 강 지사가 당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
행정형에서 정치형으로
고 전 총리는 그동안 전북 정치권의 이런 흐름을 예의주시해 왔다. 고 전 총리는 지역적 기반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는 차기 대선 도전을 결심한 이래 고향인 전북을 자신의 안정적인 표밭으로 만들 구상을 해왔다. 이른바 '집토끼'가 필요한 것이다
.
정 의장 측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미묘한 상황에 강현욱 지사를 만나 '행정가 고건'이 '대선 정치인 고건'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줬다
.
고 전 총리 측과 교감해 온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고 전 총리는 '탈당한 강현욱 후보'를 도와 전북지사 재선을 성공시킨 뒤 그 여세로 전남의 민주당, 충청권의 국민중심당을 통합하는 주인공이 되려 한다"고 말했다
.
정 의장 쪽은 어떤가. 그는 싸움을 회피하지 않는다. '고건 문제 정면돌파→열린우리당 중심의 호남. 충청권 장악'의 길로 바로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에게 지방선거는 일종의 도박이다. 정치적 명운이 걸렸다
.
이해찬 총리의 사퇴는 사실상 그가 주도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불쾌감을 주면서까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총리 사퇴 불가피론'을 폈다.
만약 선거에 패한다면 대선 경쟁구도에 먹구름이 낄 게 뻔하다. 어차피 막다른 골목이고 피할 수도 없다
.
죽기살기로 지방선거에 다 걸기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 의장과 고 전 총리의 조기 격돌은 이래서 벌어졌다
.
전북에 효도 하겠다
이날 두 사람의 설전도 치열했다. 정 의장이 주재한 전주 당 간부회의에서 주승용(여수을) 의원은 고 전 총리를 거명하며 "호랑이는 썩은 고기를 먹지 않지만 하이에나는 썩은 고기도 좋아한다
.
하이에나는 항상 상대방의 약점만 있으면 상처 난 부분을 공격하는 짐승"이라고 했다. 고 전 총리가 강 지사를 만나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정 의장은 군산대 강연에서 "열린우리당은 전북과 특수관계다. 많은 빚을 지고 있다
.
우리가 전북에 효도하고 자부심을 돌려 드리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고 전 총리는 전북대 강연에서 "총리 시절 새만금의 미래가치를 어떻게 높일 것인지 연구하도록 독려했다"며 "자랑스러운 전북도민"을 강조했다. 중앙
순천인터넷뉴스는 전국의 44개 지역인터넷뉴스는 물론 호남권 15개 회원사와 함께 기사와 정보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