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아트센터 무대감독 최진열 [기고], 무대 위에 만든 무대로 관객과 호흡하다,

기사입력 2018.05.06 16:21 조회수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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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태평양을 내려 보는 방법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은, 한라산 정상에 오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사방이 탁 트인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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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작은 오름을 오를 때에는 길가에 피어난 꽃이며, 흔들리는 풀에도 마음이 움직인다. 마치 배우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소극장 공연을 관람하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우리 아트센터에서는 1,000석이 넘는 대극장 공연만 있어서 이러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4월 ‘문화가 있는 날’ 기획공연인 제주빌레앙상블 〈월드뮤직콘서트 ‘바람의 섬’〉에는 공연자와 관객이 서로의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소극장을 직접 만들어 보았다.

 

이번에 제작된 “블랙박스” 소극장은 우리 직원들이 직접 만든 것이라 어설플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배우고 쌓은 경험을 통해 아트센터 무대 위에 계단형 객석과 작은 공연 무대를 만들어 냈다.

 

출연진이 아니고서야 일반 관객은 쉽게 발을 들일 수 없는 무대 위에 100석 정도의 아담한 소극장을 만들어 연주자와 관객이 서로 눈을 맞추면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무대를 연출했다.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소극장이긴 하나 대극장에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의 무대 준비를 했고 공연 전 연주자와의 리허설을 진행하는 동안 무대, 음향, 조명에 맞춰가며 진행표 수정을 반복하고 서로 약속으로 확인하다보니 작은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이 흘렀다

 

사회자의 소개로 시작된 본 공연에서는 리허설에서 볼 수 없었던 연주자의 열정적인 무대가 펼쳐지고, 관객들도 연주 음악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거 역시 소극장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한 시간 가량의 공연을 위해서 우리가 직접 덧마루를 하나하나 쌓고, 곡에 적합한 조명과 음향을 맞춰가는 작업의 시간과 노력이 여러 날이 필요하다는 걸 관객이 모두 알아주진 않지만, 적어도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연주자나 관객이 감동스러운 무대를 느끼고 간다는 표정에서 그간 노고를 인정받은 듯하다.

 

제주아트센터에서는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역 예술인을 통한 문화공연을 무료로 개최하고 있다. 공연이 끝나면 시간은 어디론가 날아가고 없지만, 그 순간을 기억해 줄 그들을 위해 우리는 또 준비한다.

 

[김만석 기자 mskim555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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