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포럼) 낙안성에 우는 밤 뻐꾸기 ...

기사입력 2006.06.04 19:04 조회수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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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인데도 성곽을 타고 들려오는 뻐꾹새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여느 때와 달리 어둠 속에서 울어대는 뻐꾹새의 울음소리가 먼 옛 날 이야기를 떠 올리게 한다.

그 옛날 부모님을 일찍 잃은 형제가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다. 열두 살 된 형은 돌림병 끝에 눈이 멀어 앞을 볼 수 없었고, 열 살인 동생은 몸이 몹시 약했다. 이러한 처지에도 동생은 먹을 것을 구해와 나다닐 수 없는 형을 봉양해야만 했다.

어느 해 흉년이 들었다. 그해에도 동생은 주린 배를 참고 먹을 것을 구해 와서 형을 굶지 않게 했다.

“넌 왜 먹지 않니?” 형은 먹을 것을 구해 오기만 하고 먹지 않는 동생을 이    상하게 여기고 물었다.

“응, 나는 건넛마을 잔칫집에서 많이 먹었어.”

“이상하다. 그 마을에는 매일 잔치가 열리느냐?”

“응.” 

“그렇다면 어디 네 팔을 한번 만져보자.”

순간, 동생은 움찔했다. 그래서 동생은 형에게 얼른 다리를 내밀었다. 동생은 자기의 팔이 가느다란 줄 알면 형이 슬퍼할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형은 동생의 다리를 만지며 불쾌하게 생각했다. 먼저 좋은 것만 골라먹은 동생의 팔이 자기의 다리만큼이나 굵어 졌다는 생각이 앞섰으며, 자기에겐 부스러기나 갖다 준 것처럼 오해를 했다.

그리고는 동생을 닦달했다.

“그럼, 너 내일 나하고 같이 건넛마을로 가자.”

“안 돼, 고개가 매우 높아. 그리고 내일은 잔치가 없어.”

동생은 음식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형이 알게 되면 미안해할까 봐서 얼른 둘러댔다.

‘어, 이 녀석이…. 내가 앞을 보지 못한다고 무시하네.’

형은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하고는 그만 동생의 목을 누르고 말았다. 아무 것도 먹지 못해 힘이 없었던 동생은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한참을 지나도 동생이 아무런 기척을 내지 않자 형은 더듬더듬 동생을 만져보았다.

“아니, 내 동생 팔이 이렇게 가늘 수가! 그렇다면 아까 만진 것은 동생의 다리였구나. 아아! 내가 동생을 죽였구나!”

형은 동생을 부여안고 마구 울다가 형도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리하여 두 형제의 넋은 뻐꾸기가 되었다. 먹을 것이 귀한 봄철이 되면 앞산과 뒷산에서 서로를 애타게 불러댄다. 잘 들어 보면, 한 마리 뻐꾸기가 울면 건너편에서 또 다른 뻐꾸기가 울어댄다.

그렇다. 

어쩌면 형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좀 더 많이 가지려 하고 자칫 오해하는 양상들로 뒤바뀌는 사회가 되고 있다. 더 심하게 말하자면 폄훼와 음해가 난무하는 사회로 돌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특히 위정자들을 뽑는 선거 때만 되면 의혹과 의심의 병이 전염되고 부모형제도 믿지 못하는 혼탁한 사회로 변모되고 있다할 것이다.

까만 어둠 속에서 저리도 슬피 울어대는 낙안읍성 밤 뻐꾸기는 못다 운 서민의 울음을 대변하는 것일까? 아니면 낙선된 위정자들의 울음을 대변한 것일까? 

이 밤도 뻐꾹새는 남쪽 성곽 따라서 구슬프게 울어댄다. 어둠을 쓸어내고야 그칠는지, 필자까지도 잠을 못 이루게 한다. 문득 송수권 시인의 ‘지리산 뻐꾸기’가 생각난다.

"여러한 봉우리에 숨은 실제의 뻐꾹새가/한 울음을 토해 내면/뒷산 봉우리가 받아 넘기고/또 뒷산 봉우리가 받아 넘기고/그래서 여러 마리의 뻐꾹새로 울음 우는 것을 알았다.

                                        

                                            순천인터넷뉴스 논설위원

                                                                     옴서감서 김용수 시인

[순천인터넷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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