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주제전 소개 등 준비에 박차
▸ 기 간 : 2023년 9월 22일 ~ 11월 5일
▸ 장 소 :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예술발전소, 경북대미술관 등 시내 일원
▸ 주최/주관 : 대구광역시/문화예술진흥원(문화예술회관)
▸ 예술총감독 : 박상우(서울대 미학과 교수)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예술총감독 박상우)는 지난 7월15일(대구)과 20일(서울) 두차례 열린 특별 심포지엄을 통해 올해 비엔날레주제(다시, 사진으로!, 사진의 영원한 힘)를 관객에게 상세히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미셸 프리조(Michel Frizot)
대구, 서울의 심포지엄 강연장이 모두 만석이어서 입장하지 못한 관객이 다수 생길 정도로 올해 대구사진비엔날레 주제에 관한 대중의 관심과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대구사진비엔날레는 대중의 이러한 관심과 열기에 부응하기 위해 비엔날레의 나머지 전시와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특별전, 초대전 등 다른 전시·행사 준비도 예술 총감독의 주도 아래 순항 중이다.
올해 주제(‘다시, 사진으로!, 사진의 영원한 힘’) 소개
- 비엔날레 주제의 참신함 네 가지
① 국내외 비엔날레의 반복된 주제 탈피
② ‘매체성’이라는 새롭고 도전적인 주제
③ 알려지지 않은 국내외 작가 발굴
④ 보는 전시이자 생각하는 전시
-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주제는 동시대 국내외 비엔날레에서 반복되는 거대 담론(사회 정치, 환경, 기후, 소수자, 재난, 공존 등)을 벗어남.
- 그대신, 오늘날 인간의 정신, 신체, 감각, 예술을 갈수록 장악하는 기술 매체, 그중에서도 사진 매체의 고유한 특성과 힘을 다룸.
- 동시대 시각예술(현대미술, 현대사진)은 사진 매체의 특성과 힘을 인지하고 사진을 창작의 원천으로 삼아옴. ‘사진의 힘’이라는 주제 아래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최근 작품을 소환.
- 회화, 문학 등 다른 매체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오직 사진만이 표현할 수 있는 ‘사진적인 사진’을 다룸.
- 사진이 창출한 경이롭고 스펙터클한 전시이자, ‘사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미학적 전시. ‘보는’ 전시이자 ‘생각하는’ 전시.
○ 주제를 구성하는 소주제
‘10개의 사진의 힘들’을 의미하는 10개의 소주제로 구성
1방
지금, 여기
Here and Now
증명의 힘
6방
시점
Point of View
시점의 힘
2방
폭발하는 빛
Light Bursts
빛의 힘
7방
클로즈 업
Close-Up
확대의 힘
3방
멈춘 시간
Time Stops
순간의 힘
8방
미장센
Setting the Stage
연출의 힘
4방
지속의 시간
Time Flies
지속의 힘
9방
변형 Image
Transformation
변형의 힘
5방
비포 애프터
Before and After
비교의 힘
10방
정면
Face to Face
관계의 힘
올해 주제전 참여 큐레이터는 세계적인 석학이자 저명한 큐레이터 박상우 감독과 함께 주제전을 기획한 미셸 프리조(Michel Frizot)는 세계적인 사진학자이며 사진계 석학이다. 또 앙리 카르티에-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앙드레 케르테츠(André Kertész) 등 전설적인 사진가들의 작품전을 기획한 저명한 큐레이터이다.
그는 주제전에 참여하면서 “디지털 사진이 발전한 오늘날에도 ‘빛의 기록’이라는 사진의 고유한 특성은 변하지 않고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번 비엔날레에는 ‘오늘날 유행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인상적이고 흥미로운 동시대 최근 사진들을 대구에서 발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미셸 프리조(Michel Frizot) 경력>
2021, <가스통 파리, 스펙타클한 사진>전 협력 큐레이터, 퐁피두 센터, 파리
2019-2020, <앙리 까르띠에-브레송, 중국 1948-49>전 큐레이터, 앙리 까르띠에-브레송 재단, 파리
2016, <조각과 사진 사이, 로댕의 예술가 8인>전 큐레이터, 로댕 미술관, 파리
2014-2015, <모든 사진은 수수께끼다>전 큐레이터, 유럽 사진의 집, 파리
2010-2011, <앙드레 케르테즈 회고전> 큐레이터, 죄드폼미술관, 파리
2000-2010, 파리 고등사회과학원 수석 연구원, 석박사과정 지도교수
특별전, 대구사진사 시리즈III 등 다양한 전시도 막바지 준비에 박차
특별전(‘사진의 돌발’)에서는 사진의 또 다른 특성인 ‘예기치 못함’과 ‘돌발성’이라는 주제로 19세기말 ~ 20세기 전반 서구 사진과 함께 동시대 예술사진도 함께 전시할 예정이다. 초대전(대구사진사 시리즈III)에서는 대구 사진의 영원한 힘을, 광복과 전쟁을 거쳐 80년대에 이르기까지 사진가, 사진단체, 사진사 연표를 통해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또한 다양한 전시와 행사도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영아티스트 사진전, 프린지 포토페스티벌, 장롱속 사진전 등 전문가와 아마추어 일반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또한, 과거 사진비엔날레와 달리 포토북 페스티벌도 마련하여 관객이 사진책 내부의 사진의 묘미와 작가의 다양한 사진 아카이빙 작업도 함께 느끼도록 하였다.
대구문화예술회관 김희철 관장은 “올해 대구사진비엔날레 예술총감독의 예술적 역량을 최대한 펼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전 세계 사진 애호가들, 대한민국 국민, 대구시민이 모두 함께 즐기는 역대 최고의 풍성한 비엔날레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기획의 글
“다시, 사진으로!, 사진의 영원한 힘”
박상우 예술총감독
냉혹한 장치가 자신의 힘을 한껏 발휘해 만든 이미지는 얼마나 환상적일까?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는 회화, 언어 등 다른 매체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오직 사진만이 표현할 수 있는 ‘사진적인 사진’을 다룬다. 이를 위해 동시대 비엔날레를 휩쓸고 있는 거대 담론인 사회정치, 생태, 재난, 디아스포라, 소수자 등에서 벗어난다. 대신, 사진 매체의 세 요소인 빛, 장치, 인간이 현대시각예술에서 발휘하는 경이로운 예술적 표현능력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1990년대 이후 현대 시각예술에서 잊혔다고 오해된, 사진의 놀라운 능력과 진정한 ‘힘’을 사진의 본고장 대구에서 다시 소환한다.
21세기 첨단 디지털과 인공지능 기술이 오늘날 이미지 영역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사진 매체만의 고유한 속성을 말할 수 있을까? 이것은 20세기 중반 미술사와 사진사에서 매체의 순수성만이 진정한 예술이라는 낡은 모더니즘의 부활이 아닐까? 현대시각예술에서 매체 특수성의 담론은 1990년대 들어 급격히 시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바탕에는 매체의 고유성을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확산, 모든 매체를 공통 언어로 표현하는 디지털 기술의 보급, 현대 작가들의 혼합매체 사용 등이 있다. 이에 따라 사진을 포함해 매체만의 특성을 언급하는 것은 지금까지도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금기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매체 융합’의 분위기에서, 동시대 작가들은 기이하게도 사진 매체에 관한 질문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즉, 수많은 사진가와 미술가는 사진이 지닌 고유한 특성과 힘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그것을 창작의 원천으로 삼아왔다. 이 같은 창작 경향은 오늘날 첨단 인공지능 시대에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진의 특성과 힘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훨씬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사진 철학의 역사에서 거의 모든 사상가(벤야민, 크라카우어, 바쟁, 바르트, 플루서 등)는 사진만의 고유한 특성을 지속해서 탐구해왔다. 20세기 전반 벤야민은 사진의 특성과 힘을 ‘광학적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통해 명확하게 제시한 바 있다. 20세기 후반 바르트의 고백은 사진 ‘자체’와 ‘본성’에 대한 갈망을 여실히 드러낸다. “나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사진 ‘자체’가 무엇인지, [사진]은 어떤 본질적인 특징을 통해 [다른] 이미지와 구분되는지 알고 싶었다”. 혹시, 벤야민과 바르트의 이러한 열망이 21세기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새롭게 부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전시는 사진의 특성에 기반한 동시대 작품 중에서도, 특히 사진의 원초적인 힘과 에너지가 강력하게 드러나는 작품에 주목한다. 예컨대, ‘광학적 무의식’의 세계, 즉 시공간적으로 인간의 감각을 초월하지만, 카메라에는 포착되는 이미지를 선보일 것이다. 눈에 겨우 보이는 작은 대상을 전시장 벽의 크기로 확대한 사진, 혹은 폭발하는 사물의 파편들을 순간 포착한 사진 등을 제시한다.
이런 사진은 감광판, 렌즈, 셔터라는 장치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창출한 이미지이다. 이런 이미지를 처음 본 사람은 우선 인간의 눈이 결코 체험하지 못한 시각적 스펙터클에 압도당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전시에서 단지 새로운 시각적 충격이나 쾌락만을 경험하지 않는다. 이와 더불어 사진의 다양한 특성을 깨닫고, 사진의 놀라운 마력(魔力), 에너지, 힘도 몸소 체험할 것이다. 나아가 사진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인 ‘사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천천히 생각할 기회를 가질 것이다. 결국, 이 전시는 보는 전시이자, 동시에 ‘사유하는’ 전시이다. 사진이 자신을 사유하는 전시. 이런 의미에서 이 전시는 ‘미학적(aesthetic)’ 전시라고 할 수 있다.
대구는 오래전에 한국 사진의 전통을 세워, 그 전통을 지금까지 간직해온 유서 깊은 문화도시이다. 사진의 본고장인 대구에서, 첨단 이미지 기술의 도래로 약해지고 있다고 여겨진 사진 본래의 예술적 힘과 에너지를 재발견하는 것이 이번 비엔날레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2023년 우리는 대구에서 ‘다시, 사진으로’를 선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