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급수 2급합격 선물, 목포제일정보고 졸업 황환철(82세)옹 “3월이면 나도 대학새내기”

기사입력 2019.01.11 11:22 조회수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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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의신면 금갑리가 고향인 황환철 (82세)옹은 80세 되던 해, 목포제일정보중학교를 졸업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며칠 뒤면 고등학교 졸업이다. 그리고 3월에는 동아보건대학 사회복지학과 새내기가 될 꿈에 부풀어있다.

 

[크기변환]황환철옹.JPG

 

5시 30분, 야간 1교시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서는 4시쯤 진도 집에서 나선다. 오늘은 어떤 강의를 듣게 될까? 기대하며 가다보면 어느새 도착이다.

 

한문에 관심이 많은 그의 입에서는 대기만성, 죽마지우, 삼인성호, 과유불급, 역지사지 등 사자성어가 술술 나온다.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런 사자성어를 알겠는가 생각하면 할수록 보람을 느낀다.

 

 한문 담당 김광복 교사는 사자성어 수업시간에 고군분투(孤軍奮鬪) 설명을 하자 황 어르신께서 ‘제 삶이 요즘 고군분투입니다.’ 라고 하셨다고 한다. 아내는 노환으로 움직임이 어려워 스스로 밥을 지어 먹으면서 바다에 나가 굴양식을 하고 굴을 따다 시장에 팔아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저녁이면 야간학생이다. 그러고보면 고군분투가 그 분의 삶을 표현하기에 적당한 단어이다.

 

 지금도 아침이면 쏘내기 배를 타고 바다를 달린다. 본인의 굴 양식장에서 밧줄로 힘겹게 끌어올린 굴을 까서 시장에 내다파는 일을 하는데 바닷바람에 손이 깨질 정도로 아프다. 하지만 건강하게 버텨주니 감사하고 축복받은 인생이다.

 

 7형제의 셋째로 태어나 평생을 진도바닷바람 속에 살고 있다. 가난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채 바다에 나가 평생을 살아온 그는 군대기간 3년을 제외하고는 고향을 지키면서 살았다.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이 좋았던 그는 지금도 배우고 공부하는 것이 즐겁기만다.

 

 젊어서는 마을 이장일을 하며 미역을 키워 수출하기도 했고 어민대표로 어촌계 일을 하기도 했다. 마음 새마을금고 비상근 이사장을 맡아 근무를 하면서도 바닷바람과 맞서며 미역을 따고 굴을 키웠다.

 

 지난 해 문재인 대통령 담화 중 삼고초려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학교에서 배운 성어였기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고3학년 말인 지난 해 12월에는 대한검정회가 주관하는 한자급수시험에서 2급에 합격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중학교 진학을 못하고 바닷일을 나갈 때, 흰색 테두리로 장식한 모자를 쓰고 교복입고 학교에 가는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늦은 나이지만 목포제일정보중고를 만나 공부의 한을 풀었다.

 

 아직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그는 말한다.

“나이 탓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은 지금 시작하라. 지금이 살아있는 날 중 가장 젊은 날이다.”

 

 삼월이 오면 대학생이 되어 사회복지에 대한 공부를 한 다음 마을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그는 지금 새내기 대학생활에 부풀어있다.

 그의 건강 비결을 여쭈니, 굴을 몇 개 넣고 끓인 미역 된장국을 즐겨먹는 것과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주름진 눈웃음 속에서는 인생에 대한 감사와 만족이 느껴졌다.

 

 어른들이 공부하는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는 2월 14일 중학교 160명, 고등학교 293명이 영광의 졸업장을 받는다. 현재 2019학년도 신입생을 추가모집하고 있다.(문의 061-273-4281)

[김만석 기자 mskim555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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